[여의도풍향계] '대세론' 이낙연·'추격자' 이재명…대선판 지각변동
[앵커]
2022년 3월 차기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이제 1년 7개월 정도입니다.
최근 일주일 새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과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대법원 무죄 판단이 잇따르며 대권 구도에 파문이 일었는데요,
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선 박초롱 기자가 대권 지형도의 변화를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입니다.
'대선 전초전'으로 꼽힌 4·15 총선 서울 종로 선거에서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를 꺾으며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습니다.
당 장악력을 높여 '대세론'을 굳히기 위해 당대표에 도전했는데,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와 전례 없는 국난극복위원장의 경험을 살려 저는 당면한 위기의 극복에 최선으로 대처하겠습니다. 국난 극복의 길에 때로는 가시밭길도, 자갈길도 나올 것입니다. 저는 어떤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이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내는 주자가 등장했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년 7개월간 이어진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벗어나면서 대권 주자로서 본격 행보를 할 수 있게 된겁니다.
도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특유의 추진력과 돌파능력을 보여줬던 이재명 지사.
친형 강제입원 의혹 등으로 지지율 하락을 겪다가 코로나19 국면에서 신천지 시설 강제조사, 재난기본소득 지급 같은 거침없는 행보로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의원과 격차를 점차 좁히고 있습니다.
"제가 정치적 조직도 계보도 지연도, 학연도 없는 외톨이이긴 하지만 우리 국민들께서 제게 그런 기대를 가져주신 것은 지금까지 맡겨진 시장으로서의 역할, 도지사로서 역할을 조금은 성과 있게 잘했다는 평가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지사는 당장 대권 행보를 가시화하기보다는 경기도에서 각종 정책 실험을 시도하며 행정가로서 면모를 보여주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잇따른 악재에 침체됐던 민주당은 이 지사 무죄 판결을 반색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낙연, 이재명 두 사람의 상반된 스타일이 맞부딪히며 흥행을 일으키면 대선 주도권을 잡기 용이하다는 판단입니다.
이 의원이 호남 명문 광주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기자, 5선 정치인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이라면 경북 안동 출신 이 지사는 소년공으로 지내다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학위를 따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인권변호사로 일했습니다.
이력이 다른 만큼 장점도 이 의원은 안정감, 이 지사는 역동성으로 대비됩니다.
당장 이 지사는 "이낙연 의원은 엘리트고, 저는 흙수저"라며 차별화에 나섰습니다.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는 건 공통점입니다.
이 의원은 여권 내부의 호남 후보 한계론을 불식시키고, 강도 높은 검증 공세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장기간 1위를 유지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역전당한 '이인제 대세론'과 '이낙연 대세론'은 다르다는 점을 보여줘야 합니다.
열성 지지층이 탄탄하지만 확장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 지사는 갈등을 겪어온 친문 세력과의 화해가 과제입니다.
변수는 이렇다 할 차기 주자를 내세우지 못한 친문의 선택입니다.
드루킹 사건으로 항소심 재판을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재판 결과가 여권 대선 레이스의 판도를 흔들 수 있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당장 차기 주자로서의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대망론을 키울 수 있는 '저평가 우량주'라는 평가가 여권에서 나옵니다.
당대표 선거에서 이 의원과 맞붙는 김부겸 전 의원은 TK 출신이라는 지역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당권 경쟁을 통해 지지세력의 외연을 키워 유력 주자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면, 야권에선 뚜렷한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입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처음엔 야권 주자로 '40대 경제전문가'를 얘기하다가 "당 밖에서 꿈틀꿈틀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고, 최근엔 "차기 대선후보가 11월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야당 후보감이라고 누구를 특정해서 지정할 수는, 지금 단계에선 없습니다. 몇 분은 상상컨대 그런(대선 출마) 욕망을 갖고 있지 않나…"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무소속 홍준표 의원, 오세훈 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이름을 올리지만 지지율은 모두 2%에서 5% 안팎입니다.
보수진영의 극심한 인물난 속에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율이 10%대로, 이재명 지사를 턱밑에서 추격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지만
윤 총장이 정치에 발을 들일지는 미지수입니다.
윤 총장은 정치 입문에 손사래를 치며 여론조사 항목에 자신을 포함하시키지 말아달라는 요청까지 하고 있습니다.
다만, '히든카드'로서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입니다.
"윤석열 총장이 현직에서 물러나 실질적으로 자기가 (대권에 대한) 의사 표시를 하기 전에는 뭐라고 말씀을 드릴 수 없습니다."
지난 세 차례 대선에서, 선거 1년 7개월여를 앞두고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후보가 실제 당선 적은 한 차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18대 대선 때입니다.
19대 대선 1년 7개월 전엔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4개월 연속 선두를 달렸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17대 대선땐 한나라당 박근혜 당시 의원과 고건 전 총리가 오차범위 내에서 1,2위를 다퉜습니다.
이낙연 대세론이 유지될지, 이재명 추격론이 탄력을 받을지, 아니면 의외의 변수로 양강구도 이상의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다음 달 민주당 대표 선거부터 내년 4월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까지 앞으로 9개월간 정치 지형의 변화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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